















윤종이 눈을 떴다. 바깥이 새까만 것이 아직 해가 뜨지 않은 듯했다. 옆에 누워있는 조걸은 세상만사 평온해 보이는 얼굴로 코를 야무지게 골고 있었다. 윤종은 길게 자란 제 머리를 쓸어넘기며 방금의 상황이 현실인지 꿈인지 가늠해보았다. 아직 잠에서 덜 깬지라 확신할 수 없었지만, 윤종은 그것이 후자라고 단정지었다. 뒤숭숭한 꿈을 꾼 탓에 다시 자기는 물 건너 갔다. 윤종은 머리를 빗어 단정하게 틀어올리고는 객잔 밖으로 향했다.
어느 계절이든 새벽의 공기는 차다. 동지가 다가오는 지금, 새벽의 공기는 인간적으로 가혹하다 여길 정도로 추웠다. 윤종은 자연의 저력을 느끼며, 지금이라도 돌아가 다시 잠을 청해볼까 하는 매력적인 충동에 휩싸였다.
그는 한 발자국 떼었다. 바닥에 깔려 있는 눈이 부슥하는 소리를 내며 무너졌다. 잡념을 버리고 상념을 정리하는 데에 산책만큼 좋은 수단은 없었다. 그 산책이 맨몸으로 이 각을 버틴다면 사람 하나 죽일 수 있을 정도의 위험도를 가지고 있더라도 말이다. 다시 한 발 내딛으며 윤종은 지난 밤의 꿈에 대하여 다시 생각했다. 개딸기가 꿈에서 나온 것은 놀랍지 않았다. 요 근래 가장 신경 쓰고 있는 요소이므로. 그러나 매화가 낙화에 연결지어 본능적으로 느꼈던 화산의 추락은? 마음속 저 멀리 방치해둔 무거운 논제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매화가 떨어지는 것은 이치고, 오히려 지지 않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것을 앎에도, 어떤 매화가 마지막으로 낙화하는 꽃인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하나라도 더 오래 나무에 붙어있었으면 했다. 그렇게 순리를 거슬러 하나라도 버티다 보면 언젠가는 순리에 따라 봄이 오겠지 ̄. 역설적이고 복잡해지는 생각에 그는 산책은 가끔씩 상념을 버리고 잡념을 모으는 행위가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모든 생각을 한 데 뭉쳐 저쪽에 던져놓았다.
아무리 도를 닦고 무를 닦는 도사라지만 일단은 아이인지라 윤종은 일 각만에 언 발을 주무르며 객잔에 들어섰다. 방에 들어서니 나갈 때만 해도 곤히 자고 있던 조걸이 멍한 얼굴을 하며 깨어 있었다. 난방을 가세하며 윤종은 물었다.
“왜, 더 자지 않고.”
“……사형 나가면서 찬 바람이 들어온 탓에 더 잘래도 잘 수가 없었습니다.”
윤종은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고 조걸은 덮고 있던 이불을 옹송그리며 자리에 앉았다. 겨울엔 유독 게을러지는 해는 이제야 제 머리를 산 틈새로 빼꼼 들이밀고 있었다. 문 사이로 새벽의 햇빛이 들이닥쳤다. 몽롱하게 반쯤 정신을 놓고 있던 조걸이 눈으로 밀려온 햇살에 짧은 비명을 질렀다. 눈을 비비던 그는 정신이 번쩍 든 것인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자, 사형. 2일 쨉니다. 오늘도 찾아야지요.”
“그래, 그러자꾸나.”
발을 거의 다 녹인 윤종이 발가락을 한 번 꿈지락 하고는 짐을 챙겨 따라 일어났다.
해는 그 후로도 다섯 번 더 객잔의 틈을 비집었다. 그나마 희망찼던 초반과는 다르게 둘의 분위기가 점점 침울해졌다. 조걸의 입버릇은 일시적으로 “찾을 수 있을까……?”가 되었고, 윤종의 이마는 너무 많이 친 덕에 벌겋게 달아있었다. 그런 둘의 모습이 친근해진 것인지, 아니면 매번 식사를 하고 나가는 모습에 익숙해진 것인지 첫날에는 쭈뼛거렸던 객잔의 점소이가 이제는 제법 살갑게 말을 붙였다.
“그래서 도사님들이 뭘 찾는다고 했지요?”
“개딸기요. 제가 동지 땐 개딸기 안 난다고 말했는데 말입니다.”
조걸은 사형을 가만히 노려보았고, 지목당한 윤종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묵묵히 젓가락으로 음식을 떴다. 그는 두 젓가락 입에 가져다 대다가 안 되겠다고 생각한 것인지 젓가락을 탁 소리 나게 내려놓고 입을 열었다.
“역시 이 돈으로 약을 사가는 건 어떠냐.”
“사형, 그 얘기 벌써 세 번쨉니다.”
삼 일을 기점으로 그들은 상가가 아닌 한방에도 한 번씩 들렀다. 열감기에 좋은 약을 물어봐도 의원은 이미 예약이 가득 차 지금 당장 내줄 수 있는 약이 없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그도 그런게, 올 겨울은 지나치게 춥기는 했다. 아이들은 하나둘씩 코에 콧물을 매달고 눈싸움을 하는 게 아닌, 하나둘씩 감기를 매달고 방에 누워있어야 했다. 윤종이 아무짝에도 쓸모없어진 돈주머니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을 듣고 있던 점소이가 눈썹을 쑥 들고는 말했다.
“개딸기 말이에요? 웬 나무꾼이 이리 추운데도 저 뒷산에 개딸기가 있다고 했던 것을 들었던 것 같은데.”
윤종과 조걸의 고개가 소리를 내며 돌아갔다. 그들은 흥분한 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동시에 단어를 내뱉기 시작했고, 시끌벅적한 객잔에서 업무를 보는 점소이조차 둘의 말을 동시에 알아듣는 것은 불가능했다. 점소이는 결국 짧게 고함을 쳐 둘을 진정시켰다. 한 차례 진정한 둘은 아직도 흥분이 가시지 않는다는 듯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서로가 눈빛을 교환하나 싶더니 윤종을 내세우기로 한 것인지 그가 입을 열었다.
“그 뒷산이 어디입니까?”
“저어기. 저 초가집 보이나? 초가집 뒤에 있는 뒷산이에요. 아이고, 그 나무꾼이 또 불콰하게 취해있었어서 정확하지도 않은데 내가 괜한 말을 한 건 아닌가 모르겠네.”
둘은 동시에 번쩍 일어났다. 넉넉한 돈을 꺼내 식탁에 얹은 윤종은 급하게 신을 신으려다 조걸과 부딪힐 뻔했다. 비틀대는 사형을 잡아 균형을 맞춰준 조걸이 먼저 점소이에게 가볍게 까딱했다.
冬至 : 밤이 연중 가장 긴 시기
24절후의 스물두 번째 절기.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한글
동지冬至를 같이 견뎌온 동지同志
동짓날에 개딸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