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커튼.png
커튼2.png
창.png
창.png
창.png
창.png
창.png
창.png
창.png
창.png
창.png
창.png
창.png
24절기 합작.png
문양-연두.png
문양-연두.png
빛.png
빛.png
창.png
창.png

해 오름 달(*1월)부터 시작한 괴이한 병은 물오름 달(*3월)이 되었음에도 여전했다. 청명은 봄비가 후두둑 쏟아지는 창밖을 바라보다 고개를 꾸벅거렸다. 아직 초라고는 하나, 조금은 서늘한 공기에 백천은 환기하던 창문을 닫았다.

“청명아, 졸지 말거라.”

“어, 어… 으응.”

백천의 목소리에 청명은 반쯤 졸음에 파묻힌 채, 느리게 중얼거렸다. 백천은 결국 잠에 빠져든 청명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뱉었다. 청명의 증상은 여전했다. 되려 그 빈도가 점점 잦아들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되는 것 같았다.

“또 목 아프다고 칭얼대려고.”

백천은 병든 닭처럼 고개를 꾸벅거리는 청명의 머리가 점점 숙어지자, 이마에 손을 얹고는 조심스럽게 뒤로 눕혀주었다. 청명이 미처 다 먹지 못하고 남은 고기와 자신의 몫으로 가져온 고기를 먹은 백아가 도도도 달려와 청명의 옆에 자리를 잡았다.

“그래, 네가 지켜주거라.”

백천은 그런 백아를 바라보며 헛웃음을 짓다 그릇을 들고는 방을 나섰다. 그릇을 내려놓고 의약당으로 향하자 당소소에게 붙잡혀 탕약을 달이던 조걸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사숙.”

“소소는 어디 있느냐?”

“저기요. 그보다 사숙 저…”

“열심히 약을 달이거라.”

도망가기 위해서 입을 열던 조걸을 가볍게 무시하고는 의약당으로 걸어가자 등 뒤에서 으아악 하며 소리를 지르는 조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의약당 안으로 들어서자 한방 냄새가 훅 풍겨왔다. 더 안으로 들어가자 한약 재료를 빻고 있는 윤종이 보였다. 아무래도 윤종과 조걸은 걷다가 당소소에게 붙잡힌 모양이었다.

백천은 큼큼, 목을 다듬으며 자신이 왔다는 것을 알렸다. 잔뜩 초췌한 얼굴을 한 당소소가 고개를 쓱 돌려 백천을 바라보다 다시 시선을 돌렸다.

“소소야. 청명이 밥 다 먹고 지금 자고 있다.”

“으음, 너무 많이 자게 하지는 마요. 이상증세는 더 안 보이고요?”

“저번에 칼을 빼내던 것 빼고는 없구나.”

“좋아요…. 음, 일단 이거 가져가세요. 자세한 병을 모르니까 어쩔 수 없네요.”

당소소는 동그랗게 뭉친 작은 알갱이들을 삼베에 올리더니 감싸주며 백천에게 건네주었다. 백천은 당소소가 건네주는 약을 받고는 당소소를 바라보았다.

“탕약은 아침에 일어난 후랑 저녁에 자기 전에 한 번씩 먹을 거예요. 그전까지는 식사 후에 저걸 세 알씩 청명 사형에게 먹여주세요.”

“또 해야 할 일이 있느냐?”

“음…. 너무 많이 재우지는 마세요. 청명 사형이 겨울잠 자는 개구리도 아니고.”

당소소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몸을 돌렸다. 청명의 몸에 이상이 생기며 가장 바쁜 이를 고르자면 당소소였기 때문이었다. 당소소는 윤종이 곱게 빻은 한약을 받고는 덜어내고, 새로운 한약 재료를 담아 전달해주었다.

“내일이 경칩이에요. 개구리들도 일어나는 날인데. 청명 사형이 잠만 잘 수는 없잖아요.”

당소소의 말에 백천은 작게 웃더니 그렇지. 라는 말을 하며 숨을 토해냈다. 삼라만상이 잠을 깬다던 그 경칩이 코앞이었다. 백천은 당소소가 건네준 약을 품에 안고는 그럼 이따가 보마. 라며 의약당을 벗어났다.

밖에서 탕약을 달이는 조걸이 보였지만 시선을 쓱 피하며 의약당을 벗어났다. 이르게 매화를 피워냈던 고목의 매화는 이미 다 저물고 난 뒤였다. 백천은 멍하니 고목을 바라보다 이내 걸음을 옮겼다.

백천은 청명의 방을 느리게 열었다. 이미 백천의 냄새를 맡은 백아는 경계하지 않고 청명의 목덜미에 제 머리를 턱, 하고 올리며 흥 하는 숨을 내뱉었다.

“사람인 마냥 한숨을 쉬는구나.”

백천은 그러한 백아를 바라보며 헛웃음을 짓다 이내 조심스레 품에 가져온 약을 탁자 위에 올려두었다. 작고 동글동글한 것이 삼키기 딱 좋은 것 같았다.

작게 앓는 소리가 나는 듯싶더니 청명이 느리게 눈을 끔뻑거리며 떴다. 몽롱한 정신에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 아…. 하는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켰다.

“자면 깨우지.”

“소소가 너무 많이만 안 자면 된다고 했으니 괜찮다. 그보다 이거 소소가 직접 제조한 약인데 하루에 세 알씩 먹으라 하더구나.”

청명이 입을 벌렸고, 백천은 작은 알갱이 세 개를 청명의 입에 넣어주었다. 다기를 들어 물까지 먹여주니 꼴깍거리며 물과 약을 함께 삼켰다.

“써.”

“당과 먹겠느냐?”

익숙하게 묻는 말에 청명은 고개를 끄덕였다. 시원하게 쏟아지던 봄비는 이미 그치고 난 뒤였다. 볕이 드는 것을 보아하니, 지나가는 소나기였나보다.

“졸리느냐?”

“아니 아직은.”

청명은 눈을 끔뻑거리며 멍하니 앉아서 정신을 차렸다. 백아가 올라와 청명의 목을 감쌌다. 백천은 청명이 잠을 깰 수 있도록 다시 창문을 열어젖혔다.

서늘한 공기가 방에 밀려들어 와 청명의 뺨을 스치고 갔다. 청명은 팔뚝을 감싸며 쓸어내렸다. 아직은 서늘한 공기에 잠은 확실히 깨는 것 같았다.

“내일이 경칩이네”

“소소도 그 말을 하더구나.”

“그래? 경칩이면…. 동룡이 친구 많이 나오겠네.”

청명이 키득거리며 입을 열었다. 백천은 그래. 라며 대꾸하며 옆에 앉았다. 청명이 고개를 툭 기울이더니 백천의 어깨에 제 머리를 기댔다.

“겨울잠 자는 동물이 된 기분이야.”

“자꾸 자서 말이냐?”

“응…. 소소가 다른 말은 안 해?”

“음……. 아. 개구리들도 잠에서 깨어나는데 네가 잠만 잘 수는 없다 하더구나.”

청명은 백천의 말에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청명은 눈을 끔뻑거렸다. 청명이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백천의 손가락 끝을 가지고 놀던 청명은 눈을 감았다.

“자면 안 된다, 청명아.”

“안 자. 혹시 자면… 자면 깨워줘.”

청명의 말에 백천은 오냐. 라며 말하더니 청명이 손가락 끝을 가지고 놀던 손으로 청명의 손을 꽉 쥐고는 깍지를 끼워주었다.

 

 

**

驚蟄 :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다

24절기 중 세 번째 절기.

태양의 황경(黃經)이 345도에 이르는 때

이름표-봄.png

다음2.png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