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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떠오르기 시작했고, 겨울잠을 자던 생명이 눈을 뜨기 시작했다. 경칩(驚蟄)이 되면 삼라만상(森羅萬象)이 눈을 뜬다더니. 생명이 느리지만 약동하기 시작했다. 잠을 자던 생명이 눈을 떠 울음을 젖혔고, 잎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이르게 피었던 매화 고목의 꽃은 다 저물었지만, 아직 여린 잎이 돋아난 매화나무에서는 꽃망울이 하나둘 맺히기 시작했다.

백천은 느리게 눈을 떴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개구리들이 요란스럽게 울음을 터뜨리는 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백매관 처소 근처에서 겨울잠을 잤던 것인지 우렁차게 울음을 터뜨리는 개구리에 백천은 몸을 일으켰다.

청명의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손목에 묶어 같이 연결해두었던 영웅건에 청명의 손이 느리게 올라왔다. 백천은 느리게 손을 내려놓고는 제 손목에 묶인 영웅건을 풀어주고는 창문을 열었다.

창밖을 바라보자 폴짝거리며 뛰어가는 개구리가 보였다. 땅 밖으로 나와 알이라도 낳기 위해 길을 떠나는 것 같았다. 백천은 열어두었던 창문을 닫았다. 이른 아침에 일어난 이들은 검을 휘두르는 듯 멀리서 기합 소리가 들려왔다.

백천은 늦은 밤까지 청명을 확인하느라 뻐근한 목을 잠깐 돌려 근육을 풀고는 걸음을 옮겨 청명을 흔들어 깨웠다. 백천의 손길에 청명은 작게 잠꼬대하다 이내 눈을 느리게 끔뻑이며 떴다.

“청명아.”

“응….”

“아침이다. 일어나야지.”

청명은 백천의 말에 상체를 느리게 일으켜 세웠다. 저녁에 먹는 탕약에 들어간 성분 까닭인지 여전히 몽롱해 보이는 청명을 어르고 달래어 겨우 밖으로 나섰다. 청명은 눈을 끔뻑거렸다.

“경칩이네.”

“그래.”

“저기 보여 사숙? 친구 지나가잖아.”

청명의 말에 백천은 그래, 그래. 라며 대답하면서 청명을 이끌어 식당으로 향했다. 이미 아침 식사를 다 마친 이들이었기에 식당은 휑하기 그지없었다. 며칠 전부터 주방 업무를 도와주는 이가 간단하게 요깃거리를 내주었고 백천은 청명을 향해 밀었다.

“탕약을 가져올 테니 먹고 있거라.”

“같이 먹지.”

“됐다. 너 먼저 먹고 있거라.”

백천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을 두고 갔다며 빨빨거리며 뒤쫓아온 백아가 식탁 위에 올라갔다. 키익 거리며 고기 한 점을 뺏어가는 백아를 바라보다 등을 돌렸다.

청명은 탕약을 먹고 난 뒤에도 병든 닭처럼 고개를 꾸벅거렸다. 어떻게든 자지 않으려고 했으나, 짧게 드는 선잠을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 같았다.

“청명아. 날 보거라.”

백천은 경칩이 되었음에도 겨울잠을 자려는 것처럼 눈을 끔뻑이며 고개를 꾸벅거리는 청명의 얼굴을 붙잡고는 억지로 눈을 마주쳐왔다.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것을 바라보며 아프지 않게 이마를 부딪쳐왔다.

“경칩이니, 이제 너도 겨울잠에서 깨야 하지 않겠느냐.”

백천의 말에 청명은 눈꺼풀을 끔뻑거리며 억지로 잠을 참아냈다. 경칩이 옴에도 아직 청명의 계절은 겨울인 것 같았다.

“삼라만상도 눈을 뜬다는데 넌 어찌 자꾸 잠들려 하느냐.”

“묻지 마…. 나도 모르니까. 아, 동룡아.”

너무 졸리다. 청명은 눈을 끔뻑거렸다. 삼라만상도 눈을 뜬다는 계절에도 청명은 여전히 눈을 제대로 뜨지 못했다.

驚蟄 :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다

24절기 중 세 번째 절기.

태양의 황경(黃經)이 345도에 이르는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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