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초지종을 다 들은 주선은 떨리는 손으로 개딸기 소쿠리를 받아들었다. 단 한 알이었지만, 주선은 이를 구하기 위하여 사형들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제 사형들과 개딸기를 번갈아 가면서 바라보았다. 코가 알싸하게 저려왔다. 윤종과 조걸은 주선에게 미소짓고 있었으나, 예상보다 더욱 격한 반응에 살짝 당황했다. 반투명한 눈으로 개딸기를 바라보던 주선은 기어코 눈물을 흘렸다.
“가져가십쇼.”
윤종과 조걸의 눈썹이 움찔했다. 주선은 입술을 떨며 개딸기를 도로 물렸다. 얼떨결에 소쿠리를 받아든 조걸이 삼 초간 상황을 파악하고는 질린 표정으로 다시 건네었다. 주선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하게 버텼고 조걸은 답답한 마음에 불상사―의약당에서 환자에게 물리력을 행사하는 행위―를 저지를 뻔했다. 다급히 그를 중재한 윤종이 난처해하며 물었다.
“왜 그러느냐, 이유라도 묻자.”
주선은 여전히 울음을 그치지 못하고 있었다. 눈물을 닦고 숨을 고른 그가 겨우 말을 만들어내었다.
“저는 사형들의 이 노고를 온전히 받을 자격이 없습니다. 저는 그냥 누워서 불평만 몇 번 한 것인데 이리 귀한 것을 받을 수 있을 리가 있겠습니까.”
“아니, 임마. 노고가 있었으니까 더더욱 받아야지. 너를 위해 그렇게 생고생을 해서 가지고 온 것인데 네가 갖지 않겠다고 말하면 우리의 꼴이 뭐가 되는 거냐?”
“그렇다면 사형들이 드십쇼. 저는 정말로 괜찮습니다. 열감기도 거의 나아갑니―”
주선은 나오는 기침을 부러 삼켰고, 결과적으론 켁켁거리는 소리를 내었다. 조걸은 가소롭다는 투로 코웃음을 치며 주선의 말에 반박했다.
“이것 봐. 이거나 먹고 나아서 일어나기나 하라고. 대사형의 큰 뜻을 깨달으란 말이야!”
“아뇨! 차라리 영단을 먹으라면 먹겠습니다!”
“영단을 왜 내주냐, 나 먹을 것도, 아니, 장로님들 드실 것도 없는데!”
결국 벌어진 둘의 실랑이에 난데없이 의약당원까지 합세했다. 주선은 기운을 차린 것인지 며칠 전의 힘 없는 모습과는 대비되게도 핏대를 세우며 계속해서 무언가를 주장하고 있었다. 그것은 피가 이어져 있지는 않지만, 소중한 가족 사이에서 나오는 쾌활한 논쟁이었다.
윤종은 문득 조용하게 울리는 이야기 소리를 들었다. 소리를 따라 시선을 돌려보니, 의약당 문틈 사이로 다른 사제들이 몰려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들은 아마 주선의 소쿠리에 담긴 개딸기를 보았을 것이다. 놀라움과 신기함을 담은 속닥임이 서로에게로 오갔고, 윤종은 의약당 안 쪽의 모습과 바깥쪽의 모습을 번갈아 보며 따스하게 웃었다.
주선이 차마 먹지 못하고 의약당에 남은 동짓날의 개딸기는 ‘불가능에 대한 불가능성’을 뜻했다. 꽃이 겨울에 피지 않는 것은 불문율이고, 화산이 다시는 일어서지 못할 것이라는 게 중원의 정론이다. 그러나 저 개딸기는 그것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화산은 일어나게 될 것이며, 그것은 그저 이상적이고 추상적인 바람이 아니다. 달이 기울면 다시 차오른다는 것 역시 자연의 이치이니. 때가 심하게 밀려나서, 설사 지금의 삼대 제자―청자 배가 모두 죽은 뒤에, 아니면 몇 바퀴 더 돈 뒤라도 순환의 이치에 따라 화산은 다시 꽃을 피우고 명성을 날릴 것이다.
진 꽃은 다시 피기 마련이다. 겨울은 아직 난처하기 그지없었고, 밤이 가장 긴 동지는 여전히 서글펐지만, 언젠가는, 언젠가는 화산도 다시 버젓한 문파로 일어날 것이다.
동지冬至가 지났으니, 다시 낮의 길이가 밤의 길이를 압도해간다. 하나의 순리와도 같이, 이른 매화는 눈을 비집고 피어오를 테고, 이윽고 봄이 찾아오면 매화는 다시 만개할 것이다. 윤종은 기쁜 마음으로 화산의 매화가 만개할 날을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몇 년 후 따스한 봄, 윤종의 예상보다 심히 이른 시기에, 화산의 동지에 개딸기를 한 아름 구해온 자가 화산의 대문을 두드렸다. [끝]
冬至 : 밤이 연중 가장 긴 시기
24절후의 스물두 번째 절기.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한글
동지冬至를 같이 견뎌온 동지同志
동짓날에 개딸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