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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장 계십니까?”

          “주인장 계십니다.”

          윤종의 옆에 앉아있던 상인이 뚱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윤종은 과일이 어디 있냐고 물었고, 주인은 코웃음을 치며 저쪽에 자리한 빈 상자를 가리켰다.

          “이보쇼, 차림을 보면 심부름 나온 어린 도사신 것 같은데, 아무리 도사라도 그렇지 이 나무라곤 다 얼어버리는 겨울에 과일을 찾는 건 너무한 거 아니오?”

          윤종이 곤란하다는 안색으로 말했다.

          “그렇다면, 개딸기도 없단 말입니까?”

          “방금 전 내 말을 뭘로 들었어, 겨울엔 과일이 씨가 마른다니까? 가끔 바깥에서 들어오는 귤 종류를 제외하면 없소. 그 귤도 아주 귀하지. 그런데 개딸기라고?”

          상인은 농담하지 말라는 투로 손을 휘저었다. 조걸은 ‘그러게 제가 뭐라 했습니까.’에 해당하는 눈빛으로 윤종을 바라보았고, 윤종은 골 아프다는 표정으로 아쉬운 듯 연거푸 빈 상자를 바라보았다.

          이후로 둘은 네 상점을 더 전전했다. 조걸의 번거롭단 표정은 점점 굳어졌고, 윤종의 골머리를 썩힌다는 표정은 ‘이게 정말 없어?’라는 회의감으로 가득 차갔다. 손에 든 돈은 한 가득인데 물건을 파는 곳이 없으니, 끓었던 의욕마저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다간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돈은 돈대로 쓰고 열흘 뒤 느지막하게 화산에 올라가게 될 것 같았다. 그것만은 대의 이전에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다. 착실하게 따라오던 조걸이 발을 죽죽 끌었다. 따라오지 말걸, 하는 그의 혼잣말을 윤종은 애써 무시했다.

          해가 지고, 문을 닫으려는 상점에 겨우 비집어 들어가 윤종은 오늘 하루종일 했던 말을 다시 한번 반복했다. 그리고 상인은 하루종일 봐왔던 몸짓을 반복했다. 고개를 젓는 상인의 모습에 윤종과 조걸의 등이 초라해졌다. 겨울의 낮은 춥지만 겨울의 밤은 살인적으로 춥다. 해가 넘어간지 일 각도 안 되었는데 벌써부터 살을 찌르는 추위에 윤종은 양쪽 팔뚝을 꾹 쥐었다. 조걸을 바라본 그는 사제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음을 깨달았다. 윤종은 조심스레 객잔에 가야겠느냐고 물었고, 추위에 얼어붙은 조걸은 낡은 기계가 움직이는 것처럼 딱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언뜻 움직이는 그의 목에서 쇳소리가 난 것 같았다.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환청에 어리둥절해하며, 윤종은 조걸을 끌고 주위의 객잔으로 들어갔다.

          추위에 지친 객들이 쉬어가는 곳답게 객잔은 따스했다. 화산의 제자 둘은 난방 시설 근처로 쪼르르 걸어가 몸을 녹였다. 추운 곳을 내내 돌아다니다 맛본 따뜻함은 무엇보다도 소중했다. 어디에선가 옷 타는 냄새가 날 지경에 이르러서야 그들은 아쉬워하며 난방에서 물러났다. 객잔은 저녁을 해결하려는 손님으로 가득했다. 그제야 윤종과 조걸은 본인의 상태가 ‘매우 배고픔’을 넘어선 ‘아사의 전전 단계’라는 것을 깨달았다. 점심도 입에 넣지 못하고 정신없이 돌아다녔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였다. 덕분에 점소이는 다 죽어가는 아이들이 겨우 입을 움직여 다량의 음식을 턱하니 주문하는 희귀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눈에 보이는 대로 마구 음식을 시킨 탓에 그 종류에는 일관성이 없었다. 하지만 이 객잔은 운 좋게도 식사로 유명한 곳이었고,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그 둘은 매우 허기진 상태였으므로 그런 것에 구애받지 않고 싸그리 접시를 비워버렸다. 다 먹을 수 있을지 의문스럽단 표정으로 주뼛거리며 음식을 나른 점소이는 접시를 수거해 갈 때는 동그란 눈을 하고 있었다. 만족스럽게 배를 두드린 조걸이 윤종에게 물었다.

          “사형, 이대로 괜찮을까요?”

          “무엇이, 구하지 못하는 것이?”

          조걸은 알면서 왜 묻냐는 표정으로 능청스레 윤종을 바라보았고, 윤종은 그 천연덕스러움에 조금 웃어버렸다. 미간에 검지를 얹은 그는 가만히 생각해보다가 입을 떼었다.

          “겨우 하루다.”

          “예?”

          “우리가 화산에서 내려온 지 겨우 하루가 지났다. 앞으로 구 일이나 남지 않았느냐? 새 발의 피로 새의 모든 것을 파악할 수는 없고, 첫눈으로 그 겨울의 추위를 잴 수 없는 법이다. 아직 상황을 속단하기는 이르다.”

          조걸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한편으로는 납득이 가지 않는 것도 아니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근묵자흑이라고, 조걸의 현실성도 추위에 얼어 무뎌지기 시작했다. 아니, 근주자적이던가? ‘개딸기는 동지에 구할 수 없다’라는 명백한 사실을 저 멀리 짐무더기 너머로 치워둔 채, 그들은 머리를 모아 방법을 궁리했다.

          화산의 매화나무에선 개딸기가 맺힌다. 윤종은 의문스러워하지만, 곽회는 그런 사형의 의문을 되려 이상하게 바라보고는 태연하게 개딸기를 딴다. 조걸은 아예 나무 위로 올라가서 가지를 흔든다. 개딸기가 낙하하는 모습은 분분한 매화의 그것과 같다. 윤종은 납득한다. 아, 개딸기도 매화도 빨간색이구나. 앓아누웠던 주선이 그 소식을 듣고 병상에서 뛰쳐나온다. 그는 눈을 처음 보는 아이처럼 송이째로 떨어지는 개딸기를 향해 가만히 입을 벌려본다. 주선의 입을 바구니삼아 개딸기는 소담스럽게 담긴다. 입안 가득 물고 씹는 주선의 얼굴은 만족스러워 보인다. 개딸기가 전부 떨어지자 이제는 매화가 낙화한다. 매화의 낙화에 맞춰 화산의 명성도 떨어진다. 윤종은 불안감을 느낀다. 걸아, 그만 흔들어라. 그러나 조걸은 멈추지 않을 기세다. 매화는 눈처럼 펑펑 쏟아진다. 아, 안 되는데. 이 이상 추락하면 화산은 더 이상 일어나지 못할 것이다. 윤종의 걱정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매화는 더욱 세차게 내린다. 매화가 날카로운 소낙비가 된다. 그리고 소낙비는 검기가 된다. 벌겋게 떨어진 매화는 맞은 이도 벌겋게 염색시킨다. 세상이 벌겋게, 화산도 벌겋게 물들어―

冬至 : 밤이 연중 가장 긴 시기

24절후의 스물두 번째 절기.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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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동지冬至를 같이 견뎌온 동지同志

동짓날에 개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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