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하는 사고께.
이화는 벌써 지고 접동새 슬피 우니 산천초목이 짙고 푸른 녹음으로 옷을 갈아입었군요. 나는 당신이 피워내던 매화를 기억합니다. 매화는 지고 다시 피어난다지만, 사고의 매화는 그러한 당연한 이치를 잊을 정도로 서슬푸르고 아름다웠지요. 나의 매화 또한 더욱 화려하게 피어났습니다. 열심히 갈고 닦았으니 사고의 매화와 맞부딪칠 날이 온다면 참 좋겠어요.
당신이 폐관 수련에 들어간 지도 벌써 일 년이란 세월이 훌쩍 지났어요. 이십사절기가 전부 한 바퀴 돌았단 말입니다. 매화가 선연한 봄이 지나고 여름이에요. 여름은 여러모로 지치는 계절이라고 다들 그럽디다. 생명의 계절이지만 무더위로 사람 고생하게 만든다고 말이에요. 모든 것은 차고 기울기 마련이니 각자에게 할당된 것에는 마땅한 적당함이 있기 마련이겠지요.
하지만 사고, 저는 과함이 때로 사람을 북돋아 준다고 생각합니다. 부족함, 결핍에서 사람은 의지를 얻고 성장합니다. 그렇다면 과함은 우리에게 무엇을 줄까요? 바로 나의 성장을 뛰어넘어 남에게 베풀 수 있는 인애와 관용의 자비를 성정으로 새겨주는 게 아닐까요? 이 자비는 자신 안에서 저절로 우러나온 것이 아닌, 언젠가 남에게 받았던 것이니까요. 그렇게 따뜻한 순환이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것일 테지요. 저는 이것이 정파 인들이 으레 말하는 협의를 넘어선 하나의 거대한 선(善)이라 믿습니다.
그리고 저는…… 여름을 맞아 찾아온 저의 흘러넘치는 일부를 사고께 드리고 싶답니다. 제가 처음 화산에 오기로 했을 때를 기억하시나요? 너무 옛날 일을 꺼내는 게 아니냐고요? 제가 행복을 좇을 수 있게 만들어 준 계기인데 벌써 잊었겠어요. 십 년이 지나고 이십 년이 지나고 잊지 않을 텐데. 모든 것이 제 선택이고 제 행복을 위해 제가 택한 길이라지만, 그 길을 제시한 건 분명 사고셨어요. 저는 그 점에 깊이 감사하고 있고, 사고의 등 뒤를 받치다 못해 함께 걸어 나갈 수 있는 어엿한 검수가 되었다는 점에 깊이 만족하고 있답니다. 그냥 검수도 아니고 명의 뺨치게 실력 좋은 검수요!
그러니까, 오늘이 입하에요. 여름의 시작이지요. 시작이란 말은 언제나 사람을 설레게 합니다. 그리고 저는 사고를 설레게 해드리고 싶어요. 당신의 좌수 약지에 꼭 맞는 옥가락지를 준비해두었어요. 제 것과 똑같은 물건이에요. 당가의 장인에게 특별히 부탁해서 만든 수제품이고요. 저는 우리가 지난 세월 동안 충분한 정을 쌓았다고 생각하는데…… 혹시 수련의 일 년간 그 정다운 시간을 다 잊어버리신 건 아니죠? 사실 그래도 상관없어요. 제가 몇 번이나 더 다가갈 테니까요. 그리고 사고도 다가와 주시겠죠.
네. 맞아요.
立夏 : 여름의 시작
태양의 황경(黃經)이 45도에 이르렀을 때이며
여름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절후이다.
※ 소소이설 요소
하비
○○의 시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