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명은 화산의 망종(亡種)이었다. 청명이 장로의 자리까지 오른 지 오래건만 그의 품행이 차분하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었고, 도사임에도 고기와 술을 마음껏 뜯고 마시고 즐겼으니 말코도사라 낮잡아 불러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그에게 주어진 매화검존이라는 별호가 청명이 지닌 무위의 고강함을 짐작케 했다.
그러니 천하삼대검수 매화검존, 청명이 천마와 마교를 무찌르기 위한 최후의 결사대에 참여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사람들이 가진 가장 강력한 검이 바로 청명이었으니까. 청명 또한 자신이 지닌 힘의 무게를 잘 알고 있었기에 군말하지 않고 결사대의 검이 되기로 하였다. 모두가 청명이 끝까지 살아남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청명이 천마의 목을 날려 전쟁이 끝난 지금, 그에게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이 닥쳐오고 있었다. 최후의 결사대는 청명을 제외하고 모두 죽은 지 오래. 즉, 화산의 청자 배도, 명자 배도 모두 죽었다는 의미였다. 남은 것은 어린 아이들 뿐인 화산은 이제 어찌 되려는가?
청명은 점차 흐려지는 시야에 세상을 담았다. 멀리서 희뿌옇게 동이 트는 것이 보였다. 아, 그러고 보니 며칠 전이 망종(芒種)이었다. 화음에서는 보리가 다 익어서 고개를 숙였을 테고, 이젠 모를 심고 있겠지. 망종에는 새로운 씨앗을 뿌리는 법이니까. 아아, 이곳에서 화산이 흩뿌린 피는 화음의 농부들이 심는 씨앗처럼 다음 세대를 위한 씨앗이 될 수 있을까? 우리가 흘린 피는 의미가 있었을까? 혹시 전부 다 부질없는 일은 아니었을지⋯⋯.
청명은 몸을 휘청거리다가 결국 땅에 쓰러지고야 말았다. 시시각각 죽음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청명은 멍하니 생각했다. 나의 망종(亡終)에는 화산이 곁에 있길 바랐건만, 정작 남은 건 나 홀로구나.
"화산이여⋯⋯."
그는 입술을 달싹여 그의 모든 것이었던 화산을 마지막으로 입에 담았다.
대화산파 13대 제자, 천하삼대검수 매화검존 청명. 천하를 혼란에 빠뜨린 고금 제일마, 천마의 목을 치고 십만대산의 정상에서 영면.
⋯⋯이 모든 것은 청명이 초삼의 몸에서 눈을 뜨기 전의 일이다.
망종(亡種): 아주 몹쓸 종자란 뜻으로, 행실이 아주 못된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망종(芒種): 24절기의 하나. 씨를 뿌리기 시작하는 시기.
망종(亡終): 사람의 목숨이 끊어지는 때.
芒種 : 씨를 뿌리기 시작하다
24절기 중 아홉 번째 절기.
태양의 황경이 75도이다.
다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