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커튼.png
커튼2.png
창.png
창.png
창.png
창.png
창.png
창.png
창.png
24절기 합작.png
문양-백.png
문양-백.png
빛.png
빛.png
창.png

          윤종이 어딘가로 나갈 채비를 갖추자, 청자 배들이 몰려들었다. 어디 가느냐고 묻는 얼굴에 그는 가만히 멀리 갈 데가 있다고만 말했다. 개딸기를 구하러 간다는 것을 구태여 말할 필요는 없었다. 처음부터 그럴 생각은 없었지만, 주선에겐 말한 적이 없으므로 깜짝 선물이라면 깜짝 선물이라 할 수 있었다. 몰려온 이들 중에선 주선과 각별한 사이도 있으므로 자칫 그의 귀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그보단, 본래 비밀이라는 것은 입이 많을수록 새어나가기 쉽다는 점이 컸다.

          멀리 간다는 말에 청자 배는 굳이 따라가고 싶지 않은 기색이었지만 조걸은 달랐다. 산속 조용한 도가에서 수련만 하고 있으니 좀이 쑤시는 모양이었다. 화음으로의 심부름도 청자 배 중에선 배분이 높다는 이유로 잘 돌아오지 않았다. 그랬기에 그는 윤종에게 붙어 여러 이유를 대며 호소했다.

          “사형, 길 가다가 왈패 놈들과 맞닥트릴 수도 있습니다.”

          “아직 미약하지만 검을 배웠으니 그 정돈 감당할 수 있다.”

          “사형보다 제 무예가 더 뛰어나지 않습니까.”

윤종은 조걸의 버릇없는 말에 한숨을 쉬었다. 그냥 무시하고 돌아서려고 하자 그의 다급한 손이 윤종을 잡아채었다.

          “자, 장난입니다! 그…… 제가 더 길을 잘 찾습니다!”

          “저번에 화음에서도 길을 잃은 적이 있지 않느냐.”

그가 화음으로의 심부름에 불리지 않는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하루종일 화음을 돌아다니며 목이 터져라 조걸의 이름을 부른 운자 배는 그 후로는 조걸 혼자 화음에 내려보내지 않았다. 조걸은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억울하다는 듯이 부산스럽게 손짓을 했다.

          “그때는, 무심코 길을 잘못 들어서 실수한 겁니다, 실수! 사람이 실수 하나 한 것 가지고 그렇게 길치라고 매도하면…….”

          “이리 추운데 그리도 따라오고 싶으냐?”

          조걸은 이것이 허락 직전에 나오는 말임을 알고 있었다. 격하게 고개를 끄덕인 그는 약간의 어지러움을 느끼며 사형이 보인 작은 웃음을 기대에 찬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장문인께 가서 여쭤보고 오거라.”

          말이 떨어지자마자 조걸은 쌩하니 장문인의 처소로 향했다. 신나게 달려가는 사제의 뒷모습을 보며 윤종은 웃음의 부피를 조금 더 키웠다.

 

          그렇게 어린 제자 둘은 추운 겨울 속으로 심부름―시킨 이는 없고 행하는 이만 있는―을 나섰다. 화산의 절벽은 눈이 오면 특히 더 훌륭한 조난자 제조기가 되지만, 제자들은 이미 겨울마저 익숙해졌기에 문을 나서자마자 조난을 당해 살려달라고 외치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현영이 직접 하사한 돈주머니를 조심히 열어보니, 안에는 아이 둘이 열흘 동안 지내고도 충분히 남을 돈이 있었다. 웬만하면 돈이 부족해 사오지 못하는 일은 없게 하라는 장문인의 뜻이었다. 뒤따라오던 조걸이 물었다.

          “사형, 그런데 무슨 이유로 화음에 내려가는 겁니까?”

          “……장문인께 못 들었어?”

          “예에, 따라가고 싶다고 하니까 이마를 한 번 치시긴 했는데, 딱히 뭐라고는 말 안 하시던데요.”

          윤종은 본인이 과하게 침묵했다고 생각했다. 하기야, 현재 화산에서 윤종이 벌이려는 짓의 내막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현자 배와 운자 배 몇 명 정도일 것이다. 한숨이 입김이 되었고, 윤종은 조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었다. 말을 맺고 이제 알겠냐며 조걸의 얼굴을 돌아본 윤종은 작게 놀랐다. 묵묵히 듣는가 싶었던 사제의 표정이 경악으로 일그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사, 사, 사, 사형! 뭐라고요? 개, 개딸기? 개딸기를 찾으러 가는 거란 말씀이십니까?”

          “나, 나도 안다. 이게 얼마나 터무니없는 짓인지! 그러니까 장로님들도 이리 넉넉하게 돈을 주신 것 아니겠냐.”

          “허어, 그래도 말입니다. 개딸기라니.”

          조걸은 추위도 잊고 멀리 보이는 산 그림자를 멍하니 바라보며 한탄했다. 다들 속세에 나서는 일 없이 도가에만 박혀있던 도사들이란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과하게 낭만을 좇고 있었다. 그 사이에 끼어있는 상인의 핏줄은 때때로 현실성을 들고 의문스럽게 고개를 기울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이런 조걸의 한탄을 아는지 모르는지 윤종은 밀려오는 부끄러움에 발갛게 언 볼을 더욱 붉게 물들였다.

          화음의 지붕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하얗게 칠해져 있었다. 아이들은 코를 흘리며 눈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화음은 겨울의 추위를 길거리의 온화함으로 상쇄시켰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부대끼며 만들어낸 온기에 조걸은 꽁꽁 싸매고 있는 옷에 갑갑함까지 느꼈다. 길가에 서서 두리번거리던 윤종은 마침 눈에 들어온 큼지막한 잡화상점으로 다가갔다.

冬至 : 밤이 연중 가장 긴 시기

24절후의 스물두 번째 절기.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이름표-겨울.png

한글

동지冬至를 같이 견뎌온 동지同志

동짓날에 개딸기

다음2.png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