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 하아….”
푸르른 숲은 순식간에 피로 물들고, 차디찬 검날들이 그들을 휩쓸었다. 약 세 시진간 공방이 계속 진행되고 매화검존은 끝끝내 주교의 목을 베며 이 전장을 승리로 이끌어오셨어라.
아아 울지마라 아이야. 그대의 피눈물이 혼들의 넋을 기리니.
슬퍼 마라 아이야. 그대는 결국, 이 업 겁의 굴레 속에서 네가 세계를 구원할지로다.
매화검존은 멍하니 달빛에 반사되어오는 검날을 보았다.
끝끝내 또 잃고 말았다.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들을, 나의 후손들을. 나의 사제가 꼭 이 아일 잘 부탁한다 했는데. 나의 사형제들이 이들을 지켜달라 하였는데.
천하제일검 청명. 매화검존.
천하제일검, 매화검존 따위의 별호가 뭐라고. 그깟 별호로 이들을 지키지도 못하면서.
청명은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정말 꼴사납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지금 꼴사나운 자기비하에 빠져 있을 시간조차 없었다. 나는 천하제일검. 전장에는 절대고수라는 존재가 필요하다. 내가 늦는다면 다른 이들이 죽는다. 청명은 검을 다시 세게 쥐었다. 지금 잃은 이들을 추모하기에는 제 손에 달린 미래가 많았다.
***
“..지금 뭐라 하셨습니까. 다시 한번 말해보십시오. 사형, 뭐라고요?”
“무각주 청진이 행방불명. 매화검존 청명은 지금 속히 내일 있을 최종전장을 준비하라.”
“사형…! 청진입니다! 몇십 년간 한솥밥 먹으면서 같이 자란 애라고요, 그 애가 지금 행방불명이 되었다 하는데 사형이란 자가 가만히 앉아 내일 있을 전쟁이나 준비하라고요?!”
청명의 말에 청문은 결국 언성을 높였다.
“그럼 나더러 어찌하란 말이더냐! 내일 있을 전장은 지금껏 치렀던 것과는 다르다. 최종장이란 말이다. 마교와 치르는. 그런 전장에서 절대고수 한명 한명의 중요성을 너무나도 잘 알지 않느냐!”
청문이 언성을 높이며 청명의 어깨를 세게 쥐었다. 너무 힘을 주어서 그런지 손이 새하얗다. 청명은 멍하니 청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나 역시 지금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진이를 구하러 가고 싶다. 나라고는 그렇지 아니한 줄 아느냐? 지금이라도 당장 밖으로 나가 마교도들의 목을 베고 매화 검수들을 구하러 가고 싶다. 지금 순간에도 죽어가고 있을 우리 아이들을 말이다!”
청문의 절규를 들으며 청명은 생각했다, 아무리 그래도 이해할 수 없다. 다음 일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 녀석은.. 그 녀석은.
“사형. 사형이 아무리 그래도 저는 이 말씀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야, 이 녀석아!”
“지금 나더러 사제가 죽어갈지도 모르는데. 나만 생각하며 내가 구하러 오길 기다릴지 모르는데…. 멍하니 천막 안에서 내일 있을 전장을 생각하며 잠이나 자라고요? 저는 그런 중원에 도대체 무엇이 남아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협의? 그딴 게 무엇이 중요합니까. 그 중요한 협의가 우리 제자들의 목숨을 구하기라도 하였습니까? 아뇨. 어떤 도움이 되지 않았죠. 저는 진이를 구하러 가야겠습니다.”
“대 화산파 13대 제자 청명!!. 장문령이다. 네가 정녕 화산의 검수라면 이 말을 들어라.”
청명은 멍하니 청문을 바라보았다.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화산의 제자를 구하지 않고 확실치 않은 미래만을 바라보며 중원을 구한다. 나 자신은 아마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청명은 주먹을 세차게 틀어쥐며 장문인을 바라보았다.
“... 말씀 받듭니다. 장문인.”
밖으로 나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제기랄. 하늘은 이를 때 없이 푸르렀다. 사형제가 죽든, 제 친우가 죽든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저 순리대로 나아갈 뿐이다.
이 빌어먹을 하늘이 오늘따라 유난히 더 미웠다.
大寒 : 마지막 절기
24절기 중 24번째 절기. '큰 추위'라는 뜻의 절기.
태양이 황경(黃經) 300도의 위치에 있을 때이다.

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