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화인동
梅花忍冬


첫눈이 오던 날 당보가 죽었다.
*
"보야."
당가를 부탁한다는 말, 그 뒤로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보야. 당보야? 장난치지 말고. 일어나 봐라. 응?
형편없이 떨리는 손으로 청명이 당보의 뺨을 감쌌다. 인간을 초월한 강자인 그가 모를 리 없으므로, 현실을 알면서도 애써 부정하려 한다는 것이 옳으리라.
당보의 숨은 멎은 지 오래였다.
매화검존이니 천하삼대검수니 하는 별호 따위 신경쓰지 않는 청명이었지만 오늘따라 그것들이 더욱이 부질없게 느껴졌다.
미안하다, 당보야.
정말 강한 사람이라면, 자기에게 소중한 사람 정도는 지켜냈어야 했어. 그런데 이걸 봐라.
나는 너를 잃었다.
아. 눈이다. 대설大雪이야. 겨울이구나.
피로 얼룩진 전장과는 어울리지 않는, 순백의 눈이 시체 위로 소복히 쌓이기 시작한다.
보야. 너는 그리 말했지. 겨울이 아무리 길지라도 봄은 온다고.
글쎄. 모르겠어. 봄에는 꽃이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기 마련이다. 그런데, 꽃봉오리가 피어나기도 전에 떨어져 버렸다면?
이 또한 나의 업보겠지. 그래, 네가 옆에 있는 걸 너무 당연히 여겼기 때문인지도 모르겠구나. 그렇다면 이건 감사할 줄 몰랐던 것에 대한 벌이겠지. 주어진 것에 감사하지 않았고 그것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님을 몰랐던 어리석은 이에게.
또한 나 하나로 만사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은 오만에 대한 비웃음이리라.
끔찍한 게 뭔지 아니?
이걸 네게 죽은 다음에서야 실감한 것이다.
청명이 검을 쥐지 않은 손을 들어 당보의 눈을 가만히 감겨 주었다. 핏기가 없는 뺨 위에 내려앉는 눈을 막아 주려고도 했으나 어찌 손 하나로 가능하겠는가?
눈이 내린다. 한낱 인간의 몸으로는 이를 막을 수 없을 테지. 조용히, 그러나 질척하게 내려앉는다.
마魔는 이 눈과도 같았다. 사람 하나가, 사람 수십 명이, 사람 수천 명이 몸을 던져 막아내려고 해도 멈추지 않고 다가온다. 어떻게든 막아 보려 해도 한없이 쏟아져, 종래에는 사람들을 차갑게 물들여 저승으로 끌고 간다.
당보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절망切望한 뒤에 절망絶望했다. 네 숨이 네 목숨이 이어질 만큼 남았으면 했는데, 이 귀로 네 숨을 다한 유언을 들어서. 빛났던 눈이 텅 비어서. 실없는 농담이 더 이상 귓전을 울리지 않아서.
내 겨울은 끝나지 않으리라.
그러나 앞서 스러진 이들이 남긴 유지遺志가 있기에.
휘몰아치는 눈이 앞을 가린다 하여도 그저 걸어가는 수밖에 없다.
大雪 : 눈이 가장 많이 내리는 시기
태양의 황경은 255도에 도달한 때이다.
이날 눈이 많이 오면 이듬해 풍년이 들고
따뜻한 겨울을 난다고 전해진다.
※ 당보청명 요소

율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