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호에 괴이한 병이 번져나갔다. 자세한 병명도 알 수가 없다. 자세한 증상도 알 수가 없다. 차라리 무림인만 걸리는 병이라면 좋으련만 괴이한 병은 무림인은 물론이거니와 일반 양민도 병에 걸렸기에 치료를 하고자 하는 이들은 없었다.
하나, 하나둘 걸리는 이들이 늘어나자 공통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모두 수면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환각을 보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농사일하다가 대뜸 바닥에 쓰러져 잠을 자기도 했다.
뒤늦게 전염성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자 뒤늦게 병을 치료하고자 했지만 알아낸 것은 수면과 관련한 병이라는 것과 치료법이 없다는 것뿐이었다.
청명은 하품을 찍 내뱉었다. 언제부터였는지 몰라도 낮에도 수마가 슬금슬금 몰려와 몇 번이나 고개를 꾸벅거렸는지 몰랐다. 해야 할 일들은 여전히 수두룩한데, 자꾸만 몰려오는 수마를 막을 수도 없었다.
짝, 하는 소리를 내며 제 뺨을 때리며 잠을 참았지만, 그 짧은 순간일 뿐 청명은 다시 눈을 끔뻑거렸다. 백천은 검을 휘두르며 땀에 흠뻑 젖은 도복의 옷깃을 붙잡고는 두어 번 나풀거렸다.
검집을 품에 안고는 병든 닭처럼 꾸벅거리는 청명을 바라보며 헛웃음을 터뜨렸다. 모두가 검 연습을 하는 와중에 꾸벅꾸벅 조는 모습이라니.
“청명아, 일어나거라.”
백천의 말에도 청명은 잠에서 깨어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검집을 꽉 붙잡는 듯싶더니 이내 몸을 간헐적으로 떨며, 검집을 쥔 손이 새하얗게 질릴 정도로 잡기 시작했다. 까득, 문 입술이 찢어진 듯, 선혈이 바닥을 향해 떨어졌다. 놀란 백천이 다가와 청명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었다.
“청명아, 청명아!”
백천의 다급한 목소리에 청명이 헉, 하며 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 눈을 떴다. 잔뜩 걱정스러운 백천의 얼굴이 눈 가득 담겼다.
“괜찮은 게냐? 갑자기 뭔…. 꿈이라도 꿨느냐?”
백천의 말에 청명은 자신의 몸이 식은땀으로 가득하단 것을 깨달았다. 어찌나 세게 물어뜯었는지 입술에서는 피가 흘러내렸다. 청명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고개를 젓고는 이내 몸을 일으켰다.
하나, 놀란 몸은 무게중심을 잡지 못하고 백천을 향해 기울어졌다. 백천은 그러한 청명의 몸을 가볍게 받아주었고 청명을 바라보았다.
“…괜찮은 거 맞느냐?”
몸이 떨린다. 백천의 말에 청명은 어, 어…. 하는 말을 내뱉고는 억지로 백천의 품에서 몸을 떼어냈다. 청명은 괜찮다는 말을 연신 내뱉더니 이내 쓰읍, 하는 소리를 내며 목을 두어 번 꺾었다.
“피로가 쌓여서 그런가.”
“졸리느냐?”
“자꾸 졸리네….”
청명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살짝 기울이다 이내 휘적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걷는 내내 청명은 비틀거리면서도 백매관으로 걸음을 향했다. 백천은 그러한 청명의 모습을 바라보다 이내 한숨을 푹 내뱉고는 청명에게 다가가 팔뚝을 붙잡았다.
“같이 가자꾸나.”
“내가 무슨 환자야? 혼자서도 갈 수 있어.”
“비틀거리는 꼴이 술 넛병이라도 거하게 마신 취객 같더구나.”
백천의 말에 청명은 자기가 비틀거렸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닫고는 한숨을 푹 내뱉었다. 아무래도 몸에 이상이 생겼나 보다. 청명은 백천의 팔을 꽉 쥐었다. 더는 거부의 의사가 들려오지 않자, 백천은 청명과 함께 백매관으로 향했다.
백매관으로 향하는 길 동안 눈이 자꾸만 끔뻑거리며 졸려져 왔다. 눈을 끔뻑거리며 억지로 닫히려던 눈을 뜨면 또 무거운 추를 단 마냥 눈에 감겼다. 돌부리를 보지 못해 걸려 넘어질뻔하자 백천이 놀라 붙잡아주었다.
“청명…! …청명아?”
청명은 눈을 감은 채, 세액, 색 고운 숨을 내뱉고 있었다. 백천은 어이가 없어 청명을 작게 흔들었지만, 청명은 반응이 없다가 일 주향이 되기도 전에 느리게 눈을 끔뻑이며 떴다.
“말 좀 하고 잠들 거라. 식겁하는 줄 알았다.”
“나 잠들었어?”
“그래.”
백천의 말에 청명은 끄응, 하는 소리를 내며 백천의 품에서 뭉그적거리며 벗어났다. 눈두덩이 뻑뻑하기만 했다. 개운한 것도 같으면서 동시에 다시 피곤이 몰려오는 것도 같은 묘한 느낌이었다.
“어서 가자꾸나.”
“엉….”
청명은 작게 하품을 찍 내뱉으며 백천의 팔뚝을 붙잡고는 아예 눈을 감은 채 발을 내디뎠다. 백천은 청명이 다시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일이 없도록 바닥에 툭 튀어나온 작은 돌을 발로 차거나 작은 턱이 있으면 알려주었다.
일각도 안 걸리는 거리를 일각이나 걸어서 겨우 백매관에 도착해 청명은 침상 위에 엎드리듯이 몸을 눕혔다. 눈이 자꾸만 끔뻑거리며 감겼다. 피로가 쌓인 것이 단단히 몸에 이상을 주고 있는 것 같았다.
“잠은 죽어서 자면 된다더니. 그건 또 아닌 모양이었구나.”
“시끄러워 진동룡….”
백천의 말에 청명은 미간을 팍 찌푸리며 내뱉고는 이내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베개에서는 갓 빨아 보드라운 햇볕 냄새가 났다. 백천은 청명의 방에 있는 의자를 길게 빼내더니 가까이 끌어 침상 옆에 두고는 그 옆에 앉았다.
“뭐야. 검이나 휘두르러 가.”
“네 녀석이 아까처럼 고통스러워하면 한 명은 널 깨워주기 위해서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백천의 말에 청명은 엎드린 채로 베개에 얼굴을 파묻다 고개를 돌려 백천을 바라보았다. 잔뜩 흙으로 가득한 검은색 도복을 입으며 팔짱을 낀 모습을 아니꼽게 바라보다 느리게 몸을 돌리고는 천장을 바라보았다.
“이 각만 잘 테니까…. 깨워야 해.”
“그래, 그래.”
백천의 말에 청명은 천장을 바라보던 몸을 살짝 백천을 향해 틀더니 두 손을 겹쳐 올리는 듯싶더니 다시 몰려오는 수마에 눈을 끔뻑거리다 곧 세액, 색 고운 숨소리를 내뱉으며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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驚蟄 :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다
24절기 중 세 번째 절기.
태양의 황경(黃經)이 345도에 이르는 때
※ 백천청명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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