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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절이 세상의 순환 속에서 함께 떠나가고 또 돌아오니, 청량한 가을바람이 지나가고 서릿바람이 부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그리하여 한겨울이 중원에 찾아오고, 가장 추운 날 하늘에서 새하얀 눈이 세상에 고요하게 내려앉으니, 섬서 화음현에 자리한 중원 오악 중 가장 험한 산의 어느 곳에도 예외는 없었다.

 화산의 높은 곳에 자리한 대화산파大華山派의 산문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한 인물이 멋들어진 글씨로 쓰인 현판을 닦고 있었다. 하얀 비단으로 끄트머리까지 세심하게 닦은 후, 처마 끝 조금씩 쌓이기 시작한 눈을 한 차례 손으로 쓸어 떨군 후에야 올라가 있던 사다리에서 조심스레 내려왔다. 화산파의 장문 대현검大賢劍 청문靑問의 아침은 항상 그렇게 시작했으므로, 연중 가장 추운 날에 눈이 오더라도 그 일과의 시작은 같았다.

 사용한 사다리를 제자리에 가져다두고 나올 때에는 어둑하던 하늘이 점차 밝아지고 있었다. 청문은 오늘따라 이르게 연무장에 나온 사제들과 인사를 나누며 느긋하게 장문인전으로 걸어갔다. 그 아이도 진작 일어나 머지 않아 찾아올 즈음이 되었으니, 지금 물을 올린다면 때가 맞을 터였다. 안에 들어 깔끔하게 대칭을 맞추고는, 물에서 뜨거운 김이 솟을 때 돌연 문이 쾅! 소리를 내며 열렸다. 누가 올 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크게 놀랄 것은 없었으나…

 “사형!”

 “오늘은 조금 늦었구나, 청…… 명아?”

 …그럼에도 청문이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한 이유는, 청명이 해맑게 웃으면서, 얼굴의 반을 가릴 정도로 이불을 한가득 팔에 쌓은 채로 들고왔기 때문이었다. 경공이라도 쓴 것인지 이불과 청명의 머리 위에는 지금 밖에 가득 오고있을 눈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청명은 그대로 청문에게 걸어오더니, 그 많은 이불로 청문의 주위를 감싸기 시작했다.

 “오늘이 소한小寒이잖소. 눈까지 오길래, 장문 사형은 나보다 무위가 낮으니 혹 추위라도 탈까 걱정되어 이불이라도 가득 덮으라고 가져왔지.”

 “놀랐잖느냐. 그리고 나도 무인이다, 이놈아.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아도 된다.”

 “거, 나는 한서불침이라 얼마나 추운지 영 짐작이 가야 말이오.”

 그렇게 말하며 웃는 청명의 낯에, 청문은 어느새 한가득 덮인 이불들을 둘러보며 너도 참, 그런 소리와 함께 부드럽게 웃었다. 그러고는 이불 중 하나를 청명의 어깨에 둘러주고는, 뜨거운 물에 우린 매화차를 청명의 잔에 따라 건네고 나서야 제 잔에도 따랐다.

 “아무리 네가 한서불침이래도 좀 더 따뜻한 감각이 낫지 않겠느냐? 한 잔 하거라.”

 “...나는 차는 영 입에 안맞는대도 그러슈.”

 “그래도 온기가 몸 안에 도는 느낌은 나겠지.”

 “사형도 참. 그러면서 굳이 윗물을 따라주고.”

 청명은 찻잔을 들어 단숨에 들이키고는 탁, 내려두었다. 여전히 그냥 향기나는 물인뎁쇼. 그렇게 말하며 인상을 찌푸리는 청명에 청문은 그저 웃었다. 바깥에서는 늦게 일어난 운자 배 아이들이 하늘에서 내리는 눈에 신나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고보니 청명아.”

 “예?”

 “운자 배를 받은 지 오래 되지 않아 이불의 여유가 그리 많지 않았을텐데…”

 “......”

 “오늘 아침 사제들이 유독 피곤한 낯으로 많이 깨어있더구나.”

 “...에이, 눈치도 빠르시지.”

 그리고 바깥에서 놀던 아이들은 머지않아 장문인전에서 화산제일검이자 매화검존 청명이 튀어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고, 애석하다 할 지 다행이라 할 지 그 뒤를 따르는 장문인 청문은 청자 배들의 필사적인 눈가림으로 보지 못했다. 

 그렇게, 어김없이 소란스럽고 평화로운 화산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小寒 : 겨울 중 가장 추운 때

24절기 중 23번째 절기로 작은 추위라는 뜻의 절기.
태양이 황경(黃經) 285도의 위치에 있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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