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보야 지금은 네가 없지만 내 사매가 따라다니면서 치료해주고 있다. 가끔.. 아니 자주 대가리에 대침 꽂으려 하지만 어쨌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청진아 너의 유해는 좋아하던 노을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안치시켜 두었다. 네가 필사적으로 지켰던 무공서책은 무사히 퍼트렸다. 걱정마라.”
“장문 사형, 당보, 청진, 화산의 모두들 걱정 마세요! 저 청명입니다!”
“그래서 더 걱정되는 거지만….”
“뭐? 당보 이 새끼야 넌 아까부터, 야 나와 나오라고 오랜만에 그 대가리 깨줄테니까!”
“아니이이이!! 도사형님 왜 저한테마아아안!! 죄송합니다 아아악 죄송하다고요!!”
청문이 청명의 앞으로 다가왔다.
“건강해보여 다행이구나.”
“그럼요! 제가 건강하지 않은 적이 있었어요?”
“그렇지. 청명아, 아까 내가 화산의 검수는 ‘개화(開花)’를 추구해야 한다고 했던 말, 기억하니?”
“물론이죠. 그래서,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 이유는 모두 달라야 하기 때문이란다.”
“네?”
청문의 표정이 한 층 진지해졌다. 그에 따라 청명도 자세를 바로 잡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었다.
“청명아, 어떤 매화나무에도 똑같이 아름다운 매화를 피지 않으며, 피어도 아름답다 할 수 없단다. 처음엔 모두 같아 보여도 모두 다른 매화를 피우지. 또한 피우는 과정, 속도도 제각기란다. 그러나 이것이 잘못되었더냐?”
“그렇지 않습니다.”
“잘 알고 있구나. 그런데 왜 너는 이를 잘못되었다 말하는 것이냐.”
청문의 그 말에 청명은 대답할 수 없었다.
“너 역시 화산이라는 거대한 매화고목의 매화이다. 너는 너 자신을 피우는 과정과 속도가 다를 뿐이지, 틀린 것이 아니다. 다른 사형제들이 진 것은 그저 그들이 너보다 지는 속도가 빨랐을 뿐이며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란다.”
청문이 청명을 바라보았다. 전쟁 당시 그를 바라보듯이, 안쓰러움과 죄책감으로도 숨길 수 없는 애정, 따스함을 담아서 애틋한 것을 바라보는 눈빛으로.
“단단한 고목이 남아 있다면 매화는 언제고 피고 지지. 그러나 한 번 피었던 매화가 다시 피지 말라는 법이 있느냐? 물론 그 매화는 이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전에 함께 하였던 매화들이 없어 외로울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곁에는 그 매화를 지탱해주는, 함께 피어나는 다른 제각기의 매화들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청명은 오검들과 장문인, 장로님들, 현재 화산의 모든 제자들의 얼굴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그렇단다. 네가 다시 핀 것에 죄책감을 가지고 책임을 져야 할 이유가 없단다. 넌 그저 피어난 것뿐인데 그게 어찌 다시 지려하고 자신을 해치려 하느냐. 그게 어찌 이기적인 것이냐. 그게 어찌 욕심이냐. 그게 어찌 네가 개화하지 못하는 이유가 되더냐.”
청명은 주먹을 꽉 쥐었다.
“청명아, 매화고목에는 모두 같은 매화만 피더냐. 그 중 한 송이 정도는 없어도 되겠느냐.”
“아닙니다. 단단하게 뿌리 내린 고목 위에 아름다운 매화, 그렇지 않는 매화, 아직 피지 못한 매화 꽃봉오리, 잎이 얼마 없는 매화, 과하게 많은 매화, 이들이 전부 모여야 비로소 한 그루의 우람한 한 그루의 매화고목이 됩니다.”
“그렇다. 그리고 그 매화고목에는 너도 들어가 있단다.”
“장문사형..”
“넌 과거의 망령이 아니다. 지금 화산에 피어난 소담한 매화 한 송이야. 없어서는 안 될 사랑스런 매화다.”
청명은 천천히 고개를 숙여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 같더니 이내 한결 편해진 눈으로 앞에 있는 이들과 똑바로 눈을 마주쳤다.
“다들! 이젠 진짜 괜찮아! 지켜보고 있어! 모두가 부러워할 만큼 멋지게 나답게 피워보일게. 이 화산의 미래가 될 병아리들과 함께 앞으로 나아갈게! 그러니 걱정 마!!”
청명의 외침과 함께 안개가 짙어지기 시작했다. 그 안개는 청명을 제외한 모든 이들을 감쌌다.
霜降 :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다
24절기의 하나로서
말 그대로 서리가 내리는 시기를 뜻하는 절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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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화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