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커튼.png
커튼2.png
창.png
창.png
창.png
창.png
창.png
창.png
창.png
24절기 합작.png
이름표-가을.png
문양-주황.png
문양-주황.png
빛.png
빛.png
창.png
창.png

그 목소리를 향해 한 발자국 내딛으려는 순간 청명은 자신의 몸에 이상을 느꼈다.

앞으로 내딛기 위한 다리가 안개에 휩싸여 그 형체가 잘 보이지 않았다.

다리뿐만 아니라 눈을 제외한 모든 신체부분에 안개가 뭉쳐있었다.

 

‘윽, 이게 뭐야.’

 

움직일 수 없다.

말을 할 수 없다.

보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청명아 거기 있느냐”

‘장문사형.’

 

점점 안개가 걷히며 매화나무와 이를 바라보는 청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화산에 매화가 잔뜩 피어났더구나. 마치 네가 처음에 화산에 들어온 날과 같구나.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았는데도 이를 이겨내고 꿋꿋이 개화(開花)를 하니 참 대견하지 않니? 그러나 청명아, 매화가 이리 꿋꿋이 개화를 할 수 있는 이유는 다른 매화들이 서로를 감싸주고 함께 피어나기 때문이란다. 절대 홀로는 개화할 수 없지. 사람도 마찬가지란다. 홀로는 자신을 피울 수 없어. 어떤 이가 자신을 피워냈다면 필히 그 곁에는 종류도 모양도 피어나는 속도도 모두 다르나 함께 피어나며 서로를 지탱해주는 이들이 있을 거란다. 너도 또한 그렇고 말이다.”

 

‘사형. 저는 이때 그 말이 그냥 잔소리로만 들렸어요…….’

 

“아직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아뇨, 사형. 이젠 알 수 있어요. 이젠 알았어요.’

 

“하지만 너도 곧 알게 될 거다. 혼자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너의 주변에는 너무나 다양하고 상냥한 매화들이 너의 지탱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청문이 이쪽을 향해 부드럽게 웃는 듯 했다.

 

“도사형님!!”

 

저 멀리서 그의 유일한 친우, 항상 뒤에서 함께 싸워주던 이, 전사하며 자신에게 당가를 잘 부탁한다는 유언을 남긴 이, 당보였다.

 

“아니 도사형님! 상처는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덧난다니까요?? 빨리 팔 내밀어 보세요! 치료하게.”

 

‘당보..? 네가 왜...’

 

“이게 무슨 긁힌 상처야?? 아주 너덜너덜 잘리기 직전이구만 이 양반아!!! 아이고 이건 곪아서 아프겠구먼. 아니 왜 자꾸 이렇게 될 때까지 치료를 안 하고 내버려두는 겁니까??? 도사형님 제가 다시 말하지만 몸은 갈아 끼울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고요!!!! 상처도 아무는데 에 시간이 필요하고 피로도 풀어주어야 한다고요!”

 

‘그래, 당보 녀석은 내버려둬도 낫는 상처까지 졸졸 따라다니면서 치료했지. 귀한 금창약까지 발라가면서, 더 심한 환자들을 위해 아껴두라니까 이런 거 당가에 널렸다면서 덕지덕지 발랐었지.’

 

당시에는 귀찮았던 잔소리가 새삼 반가웠다. 청명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그래서, 이번엔 왜 이렇게 다치셨습니까? 저를 부르지도 않으시고. 왜 또 혼자 가셨습니까? 예? 무당이요? 아무튼 그 구파일방놈들은. 그런 놈들 너무 신경 쓰실 필요 없습니다!! 그런 것들보다 형님 몸이 더 중하다고요! 어어?? 어디 가세요. 아직 치료 안 끝났다고 이 말코도…가 아니라 도사형니이이이임!!”

 

‘아니 근데 이 새끼가? 방금 말코도사라했지 내가 멀어서 잘 안 들렸는데 이 새끼 말코도사라했어???’

 

청명이 당보를 향해 욕지거리를 던지려는 순간, 청명은 뒤에서 이상한 향을 맡았다.

 

‘음?.............어? 이건..!’

 

지독하게 불쾌한 향기

그러나 청명에겐 너무도 익숙한 향기

혈향.

혈향이 그의 뒤에서 희미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장문사형. 당보야!’

그가 정신을 차리고 다시 앞을 보았을 때는 이미 그의 앞에서 항상 그랬듯 곁에서 웃어주고 장난도 치던 그들의 모습이 사라져 있었다.

안 돼

안 된다 안 된다 안 돼

뒤를 보고 싶지 않다

그 악몽을 다시 보고 싶지 않다

아직도 잠을 자면 꿈속에서 그 악몽이 재현된다

무언의 비명과 함께 일어나면 땀으로 젖은 침대 속에서 몸을 떤다

치열한 전투 속, 눈도 못 감은 채 널브러져있는 사형제들의 시체들

숨이 막힐 정도로 짙은 혈향

홀로 남아 대재앙 천마를 상대하던 십만 대산에서의 그날.

아직도 눈에 선하다.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그날, 모든 것을 빼앗겼다.

울고 웃고 떠들던 시끌벅적한 화산에서의 날들을 모조리 빼앗겼다.

霜降 :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다

24절기의 하나로서

말 그대로 서리가 내리는 시기를 뜻하는 절기이다.

k

나의 화산

다음2.png
bottom of page